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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건강한 자기애'가 부재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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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센터 작성일10-12-01 17:04 조회2,0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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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기애'가 부재한 사회

부와 명예를 중시하는 한국의 자화상

<여성주의 저널 일다> 최현정

좋은 학벌에 번듯한 직장, 돈 많고 화려한 인생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꿈꾸는 명예로운 삶입니다. 사람대접 받으려면 학교 잘 나오고 직장 잘 다녀야 하고, 사람이 살기 위해 돈이 제일 중요한 지경이니, 개개인이 그렇게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 수긍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하나같이 획일적인 꿈들이 불편하게 여겨집니다. 품고 있는 꿈이라기보다는 짊어져야 할 우리 사회의 짐처럼 보이는 까닭입니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를 꿈꾸어야 할 때 ‘실패한 인생’들이 수두룩해집니다. 경쟁에 지쳐버리고 좌절감에 무릎 꿇은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심리치료 장면에 찾아옵니다.

실패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딛고 일어섭니다. 좌절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장점을 상기하면서 자기 가치를 유지합니다. 내가 갖지 못한 것 혹은 가질 필요 없는 것조차 “갖지 못했다”고 들쑤시는 세상에도 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건강한 자기 사랑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패에 큰 좌절을 경험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크게 휘청댑니다. 한 번도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 ‘최고’라는 가치만을 추구해온 사람들입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돈을 많이 벌고 멋진 외모를 가꾸는 일이 꿈인 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숨을 잘 못 쉬고, 심한 두통이 생기고, 온몸이 긴장되는 불안 증상이 나타나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으니 참으로 기고만장한 아이였겠지요. 그렇지만 한번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좌절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겁니다. 스스로 인정할만한 잠재력이 충분한 멋진 학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모습으로만 인정 받아온 그에게 실패경험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자기 모습을 대면하는 것과 같았을 터입니다.

오르막길만 보여주는 사회

그를 보고서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건강하지 못한 자기 사랑’, ‘좌절한 자기 사랑’을 부채질하고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데 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치료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20세기 초반에는 건강하지 못한 자기 사랑이 흔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만, 세상이 변화하면서 이렇듯 왜곡된 자기 사랑에서 기인하는 고통이 높아졌다 합니다.

인생에는 수 만가지 맛이 있건만 단맛 만을 가르치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외면한 채 오르막길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끼리 상처와 기쁨을 나누면서 진솔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부나 명예와 같이 눈에 보이는 가치에 따라 사람을 존경하고 멸시하고 순위를 매기는 세상입니다.

개개인마다 태어난 그대로의 소중함이 존중 받지 못하고 획일적인 외적 가치와 물질적 성공이 중시되는 가운데 경쟁에 내몰리면서, 남을 이기고 성취하는 자기 모습을 꿈꾸게 되는 결과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진솔함이 배격되고 화려함을 존중하는 시대에, 상처와 실패 앞에서 솔직해지기란 사실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니 강하고 화려하게 자기 모습을 부풀려 상처를 가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부풀려진 모습은 동시에 깨지기도 너무나 쉽습니다. 꿈과는 너무 괴리된 막다른 현실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는 무척 힘듭니다. 충분한 잠재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주입한 무익한 꿈 앞에 좌절하여 무기력해져 버린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가진 것과 겉모습에 연연한 삶은 공허해

자기 사랑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심리적 완충 장치입니다. 아기들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각한다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일차적인 자기애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성장하면서 나와 다른 ‘남’이 있음을 지각하고, ‘남’에게 돌봄 받고 ‘남’과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점차 자기의 존재 가치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이차적인 자기애라고 합니다.

코훗이라는 학자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공감해주는 일이 건강한 자기 사랑을 발달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감정을 누군가가 인정해준다면, 내 안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들이 잘 통합되어 ‘나’라는 든든한 자기상을 마련하는 발판을 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경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떠올리면서 좌절감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내면의 경험을 인정 받지 못한다면 ‘나’의 가치는 외부의 평가와 판단에 의해서 좌우되고 맙니다. 그런 경우 자기 가치가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이 하늘을 치솟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식으로 요동치게 됩니다. 저마다 존재 가치가 있는데도 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조건에 따라 사랑과 인정을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심리적 완충 장치를 고장내버리는 장해물입니다.

좌절을 보상 받기 위하여, 그리고 곤두박질치는 자기 가치를 지켜내기 위하여,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과장된 자기 사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좌절경험 앞에서 강한 분노와 적개심을 느끼면서 남을 탓합니다. 나를 드높이기 위한 마음으로 타인을 무시하기도 하고,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멸시하게 됩니다. 나의 좌절을 대면하는 일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열등하고 무가치하지 않기 위해서 가진 자와 특별한 자의 위치에 나를 세우고, 가진 자를 추앙하는 대신 갖지 못한 자를 평가절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열등함은 수치가 되고 우월함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한 번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경험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데도 서투릅니다. 겉으로 저 혼자 잘난 척은 다 하더라도, 성공한 인생과 화려한 외모 없이는 사랑 받지 못할 거라는 강렬한 불안감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겉모습만을 사랑하며, 자기 또한 사랑 받지 못할까봐 진실한 감정을 감추고 겉모습을 치장합니다. 자신을 진실하게 사랑한 적 없고 타인 또한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잘난 자기 모습을 지키고자 늘 고군분투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서 공허함과 쓸쓸함이 밀려듭니다. 외롭습니다.

외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나의 존재가치

누구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약하고 부족해도 그 모습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면, 건강하지 못한 자기 사랑으로 중무장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뭔가를 꼭 하거나, 뭔가가 꼭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십시오. 그리고 인정 받기 위해서 얼마나 애써야 했는가에 공감해주십시오. 자기한테도 그렇게 말해주고,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십시오. 사람 그 자체에 대해 세상이 축복해준다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소망을 조금씩 이루어가면서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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