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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뉴스 | (기사) 서울대 문용린 교수의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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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센터 작성일10-07-29 18:48 조회2,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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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경쟁력]<29> 문용린 교수의 ‘느림’

'교육'만큼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이슈가 있을까? 바람 잘 날 없는 교육계에서 30년간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다뤄 본 권위자가 바로 문용린 교수(60)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EQ 등 다중지능이론을 처음 한국에 소개했고 60여권에 이르는 교육 관련 저서를 펴냈다. 2000년 교육부 장관, 2002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으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런 문 교수도 좋은 부모 되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한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문 교수는 '자녀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그 길에서 행복해하고 있다면 좋은 부모'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문 교수는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직은 좋은 아빠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앞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지켜봐야 확신이 서겠죠. 인생이 판가름 나는 것은 훗날 일이니.'

문 교수의 말대로 자녀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첫째 딸(28)은 서울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서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분야를 전공 중이고 둘째 아들(18)은 체육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재수생이다. 그는 자녀의 잠재능력을 발견하려면 부모의 속도에 아이를 맞추어서는 안 된다면서 '느림'을 강조했다.

● 자녀 안의 숨겨진 보물 찾으려면 인내심을 가져라

대나무가 5년 동안 땅 속에서 힘을 기르다 쑥쑥 자라나듯 아이들의 재능은 꼭꼭 숨어있기 마련이다. 재능이 스스로 꽃 피울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문 교수의 '대나무 교육론'이다. 다만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야 한다. 박물관을 가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떠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문 교수는 첫째 딸의 재능을 중학교 때 발견했다. 과학전시관에 데리고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고 과학 실험을 척척 해내더니 과학경진대회 학교 대표 명단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과학관에 가면 5m 뒤에서 아이를 관찰합니다. 아이가 어느 전시실을 좋아하는지 보고 뭐가 기억에 남는지 물어봐요. 보통 엄마들은 박물관을 1시간 안에 다 보려고 욕심을 내고 엄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만 보여주죠. 아이들의 속도로 함께 걸어야 아이들의 코드를 해독할 수 있어요.'

문 교수는 일류학교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길에서 벗어나는 신호에는 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의 재능을 모르겠으면 일기장이라도 읽어보라고 권한다. 아이의 관심사, 성격, 꿈에 대해 이해해야 숨어 있는 재능을 찾을 수 있다.

● 하루 1시간씩 자유 시간을 주라

문 교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하루 1시간씩 완벽한 자유시간을 주었다. 공부를 하라고도 책을 읽으라고도 학원을 가라고도 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낮잠이나 자고 허송세월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달이 지나자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은 시간만 나면 뛰어 다녔어요. 줄넘기를 하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줄에 걸리지 않고 했고 달리기를 했다하면 누구보다 잘 뛰었죠.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운동을 말렸으면 아이가 행복하지 않았겠지요.'

둘째 아들은 반드시 체육학과에 진학해 체육교사가 되겠다며 대입 준비 중이다. 공부 잘 하는 집안에서 운동을 하겠다는 이력이 특이해 보인다고 하자 '잘 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면 됐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 사교육으로 시켜도 자기 주도적으로

그는 사교육도 잘 쓰면 약이라고 주장한다. 자녀들도 부족한 과목이 있으면 개인 과외도 시키고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도 보냈다. 사교육이 독이 되는 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포기할 때다. 그저 머리에 지식을 우격다짐으로 꾸겨 넣는다고 공부가 아니다. 조금 느리게 깨우치더라도, 남들보다 더뎌 보이더라도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

'부모들이 학원에 휘둘리지 말고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을 싸게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어요. 미국만 해도 피아노 레슨 받으려면 도시로 나가 비싼 레슨비를 내야 하죠.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해야 하는데 학원에 아이를 맡겨 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문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답 찍는 기술만 가르칠 뿐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조급증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학교에서 반나절,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반나절을 보내니 사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하는 일이 없어요. 정말 자녀를 교육해야 할 사람은 부모인데 해야 할 일을 학원에 미루고 있는 것이죠. 과연 돈 잘 벌어 학원비나 대 주는 것이 부모 역할의 전부일까요?

● 체벌로는 나쁜 행동 교정 안 돼

문 교수는 자녀들에게 단 한 번도 회초리를 든 적이 없다. 체벌의 효과는 스프링을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가 행동을 억누르겠지만 통제 상황을 벗어나면 다시금 튀어 오른다. 손쉽게 행동을 교정하려고 때리는 데 아이는 겁을 먹을 뿐 행동이 교정되지는 않는다.

'일찍 일어나 함께 성당에 가기로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킨다 하면 따끔하게 혼을 냅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2돌만 되어도 머리 속에 논리 구조가 생기는데 때린다고 행동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머리로 이해할 때 행동도 변화하죠.'

늘 대화로 풀어간다고 해도 감정 상하는 일은 있기 마련이다. 문 교수는 자녀와 화해를 하려면 대화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방법을 쓴다.

'네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내가 기분이 나쁘니 어떡하니 이렇게 불편한 감정을 털어 놓고 공감을 하는 것이죠. 아버지라고 체면을 차리기보다 감정을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 문 교수도 마음대로 못 한 아이들 습관은?

완벽한 부모로 보이는 문 교수에게 실패한 교육법은 없는지 물었더니 자녀들이 독서광이 아닌 것이 아쉽다고 했다. 늘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딸은 공학, 아들은 체육을 전공해서 그런지 기대만큼 책을 안 본다고 했다.

'아이들이 손만 뻗으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 애를 썼어요. 저랑 아이들 엄마는 머리맡에도 화장실에도 책을 두었고 TV를 보면서도 책을 읽었어요. 수준에 맞는 책을 사다주며 책을 대화 소재로도 삼았는데 별 효과를 못 보았네요.'

문 교수는 의도적으로 책에 많이 노출된 것에 대한 반발심이 아닐까 싶어 외손녀에게는 특별히 책 읽기 교육을 시키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정약책배'만큼은 조기 교육을

문 교수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정약용이 책을 배달한다'는 얘기를 한다. 정직, 약속, 책임, 배려의 앞 자를 딴 '정약책배'를 외우기 싶도록 만든 조어다. 모두들 아찔한 속도로 달리는 대한민국에서 정직, 약속, 책임, 배려를 가르치라니… 혹시 내 아이만 대열에서 낙오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고 보세요. 세계화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영어가 아니라 도덕이 될 것입니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익혀야 합니다. 한국 조기유학생 중 상당수가 커닝을 하다 퇴학을 당하고 귀국을 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위의 4가지 덕목이 지켜지지 않아 우리가 치루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큽니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IQ가 높지 않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 사람은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문 교수지만 '정직 약속 책임 배려'만은 일찍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책임감 있고 배려 깊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다. 그래서 문 교수는 '정약책배'는 인간관계의 아교풀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어떤 경쟁력을 키워줄 것인지 부모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32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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