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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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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센터 작성일10-06-17 10:40 조회2,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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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email protected] /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email protected]/ 일러스트·윤진경

자율적 교육 실천한 부모

다중지능 적성진로진단검사 결과가 반드시 신천재들의 타고난 재능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엄청난 연습벌레라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양은 신체운동지능이 상위 10.5%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엄청난 연습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빙상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그녀의 유연한 근육은 원래 훈련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위축되는 핸디캡이었다. 또 화려한 표정 연기는 수없이 거울을 보며 ‘천의 얼굴’을 빚어낸 연습의 산물이었다. 대신 그녀는 ‘실수 매니지먼트’라고도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의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인 대범함을 최대한 끌어냈다.

발레리노 이동훈 군은 두 다리를 180도로 벌리는 발레의 기본 동작 턴아웃을 하기에 불리한 체형인데다 평발이었다. 게다가 비보이를 하며 상체 근육이 발달하고 무릎이 튀어나온 바람에 발레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체형을 지녔지만 남보다 두 배에 가까운 훈련량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로잔콩쿠르 1위의 영예를 안은 박세은 양은 어린 시절 무용 동작 순서를 잘 못 외우고 무용 기술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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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발레리나로서 좋은 체형을 지닌 박세은 양은 어린 시절 무용 동작 순서를 잘 못 외우고 무용 기술도 떨어졌지만 발레에 대한 애정과 느리지만 착실한 훈련을 통해 로잔콩쿠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교육학자들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선 아이를 박물관에 데려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앞장서서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뒤에서 지켜본 뒤 아이가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천재의 부모들은 대부분 이 원칙에 부합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강요하지 않고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관찰하며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빅뱅의 비밀’이란 장편 SF소설을 쓴 김활 군의 부모는 김군이 상상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방 안이 장난감으로 난장판이 되어도 치우지 않았고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만큼 자유방임의 교육 원칙을 실천했다. 강태호 군과 구혜민 양, 홍지현 양도 학교 교과과정에는 충실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학원 다니는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부모들의 인성 교육도 한몫을 했다. 뉴욕 필하모닉 영아티스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지용 군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 가 세탁소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아들에게 “네 재능은 네 것만이 아니니까 이웃을 위해 쓰라”는 말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석형 군의 부모는 어려운 어휘를 많이 쓰는 이군이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쓰는 말과 집에서 쓰는 말을 구분해줄 만큼 ‘평범한 아이’로 크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문용린 교수는 “한국의 신천재들이 대거 출현한 것에는 역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컸음을 확인했다”며 “부모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신천재들을 키워내는 동안 공교육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사회의 역할 늘려야

천재의 재능이 빛을 보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돼야 할까. 문용린 교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시카고대 교수와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의 ‘IDF 모델’에 입각해 3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개인적 소질(Individuality)이 뛰어나야 한다.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말은 노력을 강조할 때 곧잘 인용된다.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1%에 해당하는 재능이야말로 99%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결정적 변수다. 문용린 교수는 부모의 역할이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자신의 재능이 빛날 수 있는 영역(Domain), 즉 적재적소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조기 입문과 10년가량의 발효 기간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수학 성적 하나만 가지고 취리히공과대에 간신히 입학했을 때 16세였다. 수학과 이론물리학에 몰두한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은 10여 년 뒤인 27세 때였다.

셋째, 경쟁의식을 북돋워주면서 자신감도 불어넣는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분야, 즉 마당(Field)이 필요하다. 마당에는 관중도 있고, 코치와 감독도 있고, 라이벌도 있다. 운동선수가 경기장 분위기에 따라 발휘하는 기량이 달라지듯 천재들도 인적 환경의 역동성에 따라 발휘되는 기량이 크게 달라진다. 김연아 양에겐 아사다 마오와 같은 라이벌을 정해주고 박태환에겐 마이클 펠프스라는 넘어야 할 목표를 설정해준 것도 이런 마당이었다.

문용린 교수는 IDF 모델에 비춰볼 때 한국의 신천재들의 등장은, 부모에 의해 이른 시기에 소질이 발견되는 I단계의 첫 단추는 잘 꿰고 있지만, 학교와 사회가 담당해야 할 D단계와 F단계도 대부분 부모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천재의 소질 발현은 김치의 발효 과정과 같아야 합니다. 제대로 숙성될 때까지는 김칫독의 뚜껑을 자주 열지 말고 오랜 시간 항아리에 푹 담가둬야 합니다. 그걸 속성으로 발효시키려 설치면 김치 맛이 떫거나 빨리 시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평준화에만 초점을 둔 현재의 공교육에선 이런 과정을 밟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교육의 유혹을 떨치고 묵묵히 이런 발효 기간을 견뎌낸 부모들의 안목이 놀라울 뿐입니다.”

천재와 더불어 살기 위하여

한국의 신천재들을 접하면서 깨달은 또 다른 현상은 천재의 대중화다. 엄밀히 말해 천재는 8가지 다중지능이 모두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산하 영재교육센터에 따르면 영재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이스라엘에서조차 진짜 천재는 1년에 10명만 선발한다. 그러나 다중지능 중 몇 가지가 뛰어난 1.5% 안에 드는 수재와 다중지능 중 한두 가지라도 탁월한 3% 안에 드는 영재까지 별도의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한국의 영재교육은 0.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중 70~80%는 과학과 수학능력이 뛰어난 이공계 영재에 집중돼 있다. 영재교육센터의 김미숙 소장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공계에만 집중된 영재 육성 교육을 인문계와 예체능계로 확대해 최소 3%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식 전환이 가져온 현재의 ‘18세 혁명’을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르네상스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천재 개념의 확산이 필요하다. 그것이 ‘천재의 대중화’에 담긴 첫 번째 의미다. 그런데 신천재들이 마음껏 활개를 펴기 위해서는 두 번째 의미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천재와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대중적 이해의 확산이다.

획일화한 한국 사회에서 다수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영웅이 되지 못하는 천재는 ‘저주받은 마이너리티’였던 게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 천재의 요절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에 의한 정신적 타살이란 말이 있다. 공부의 사슬에서 겨우 풀려난 천재가 다시 ‘왕따 문화’로 질식되지 않도록 할 책임은 우리 사회에 있다. 소수의 ‘모차르트’와 더불어 살 줄 아는 다수의 ‘살리에리’가 되기 위해 고독한 ‘모차르트’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끝)

출처 : 신동아 2007.11.01 통권 578호(p348~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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